이탈리아 2주 여행일지
#여덟 번째, 돌로미티 동부-친퀘토리(Cinque Torri)
[이탈리아 여행 동선]
밀라노 IN → 베로나 → 돌로미티(4박) → 베네치아 → 피렌체 → 포지타노 → 로마 OUT
이전 포스팅에서 적잖이 충격적이었던 서부에서 동부까지의 이동길과 코르티나 담페초 마을의 간략한 안내를 담았고, 이제 본격적으로 동부 일정에 대한 포스팅!
이탈리아에 도착하고서부터 시차 적응을 할 시간도 없이 베로나를 거쳐 서부에서 이틀간 트래킹을 했었기 때문에 피로감도 꽤나 쌓여있는 상태였다. 사실 서부에서는 완벽하게 트래킹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현지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트래킹 경로를 플랜 C, D까지도 대비를 해두었었지만, 동부는 세부 일정까지는 준비하지 않고 하루 코스만 크게 잡아둔 상태로 담페초에 도착을 했었다. 체력과 이동시간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코스를 변경하며 P의 면모가 여실히 나온 돌로미티 동부 여정ㅎㅎ🤭
물론 어느 정도의 가이드가 머릿속에 있었기 때문에 이것저것 고려를 하여 선택을 할 수 있었지만 동부에서는 주요 관광지 부근은 교통체증도 있었고, 주차장 진입을 위한 대기 시간 등 변수가 많아 계획을 잘 짰어도 변경을 했어야만 했을 듯..!
#동부에서 이동 수단 선택
서부에 비해 먼 동선, 버스냐 자동차냐!
코르티나 담페초 마을이 거점이라면 멀리 떨어진 브라이에스 호수를 제외하고서는 대중교통으로 이동을 추천하긴 하지만, 우리는 아무래도 자유도 때문에 100프로 자동차 이동을 했다.
마이웨이님의 포스팅에서는 4가지 버스 노선만 익히면 되고, 버스 시간표도 마치 트래킹 시간을 맞춘 것처럼 운행시간이 적절하고, 교통체증과 주차 문제 때문에라도 버스 이동을 추천한다. 하지만 4가지 버스 노선을 익힐 여력도 없었고… 낯선 곳에서 버스정류장을 찾아 이동하는 과정과 원하는 시간/장소로의 이동이 어려운 점, 짐 등을 고려하여 교통체증과 주차 문제는 살짝 못 본척하고 일단 우리는 차를 끌고 갔다ㅎㅎ
결과적으로는 서부와는 확연히 다르게 차량 통행이 많고 브라이에스 호수와 트레치메는 주차장 진입까지 대기가 길긴 했지만 자동차로 이동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가는 도중 이름 모를 호수에도 들리고, 발길 닿는 대로 차를 멈춰 쉬고, 허기질 때는 식당도 가고 자유로운 점이 최대 장점이었다.
#동부의 주요 명소
코르티나 담페초 마을을 중심으로 한 돌로미티 동부 명소들
동부는 명소들이 서부처럼 모여있지 않기 때문에 동선을 계획을 잘해야 하는데, 모여있는 명소들을 묶으면 4일 코스로 계획할 수 있다. 아래는 마이웨이님의 추천 일정 4개!
마이웨이님의 동부 추천 코스(4일 코스)
✔️코스 1: Tre Cime di Lavaredo + Misurina 호수(+ Passo Giau)
✔️코스 2: Sorapis 호수
✔️코스 3: Cinque Torri + Lagazuoi 산장(+ Passo Giau)
✔️코스 4: Braies 호수 + Pratopiazza
우리는 동부에 이틀을 머물렀는데 점심 일정부터 시작한 첫날은 가장 가까운 친퀘토리, 다음 날은 브라이에스 호수-트레치메-미주리나 호수를 다녀왔다. 그리고 동부에서는 긴 트래킹을 하지 않고 케이블카에 내려 그 부근에만 머물렀다. 트래킹 코스도 계획을 해가긴 하였으나 이탈리아 2주 일정의 초반이고 서부에서의 이틀 트래킹으로 피로가 누적되고 있어 무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
# 서부와 동부의 극명한 날씨 차이!!
서부는 늦여름, 동부는 기온차가 심하고 체감 늦가을~초겨울
빠트릴 수 없는 날씨는 다시 한번 더 강조! 9월 말~10월 초의 돌로미티 서부는 산악지대라 혹시 모를 추위에 대비하여 백팩에 꾸역꾸역 챙겨간 아우터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더위가 가시지 않은 늦여름이었으나 동부에서는 전혀 다른 기온을 보였다. 여행 기간 중 이탈리아의 도시로 넘어갔을 때에 이태리 현지인들도 이상기온이라고 말할 정도도 예년과 다르게 더위가 극심했는데, 한국에서 챙겨간 경량패딩이 쓸모가 있었던 곳이 돌로미티 동부가 유일했다.
아침, 저녁으로 기온차도 심한데 선선한 정도가 아니라 쌀쌀하게 차가운 공기라 감기 걸리기 딱 좋으니 경량패딩 정도의 아우터는 필수! 한낮에는 또 땀이 날 정도로 덥긴 하지만 하루 일정의 트래킹을 계획한다면 가방에 아우터를 꼭 챙겨가야 한다.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인 동부 첫날의 일정 시작!
# 코르티나 담페초 마을에서 친퀘토리까지
차로 22분 거리!
코르티나 담페초 마을에 도착하여 빠르게 호텔에 캐리어만 옮겨두고 친퀘토리로 이동했다. 담페초에서는 넉넉잡아 30분 정도가 걸리는 거리였고 12시쯤 친퀘토리 케이블카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교통체증이나 주차장 대기줄은 없었으나 주차장이 거의 만차 수준이어서 끄트머리에 겨우 차를 댈 수 있었다. 주차장이 많이 넓지는 않아 성수기 때는 주차 대기줄도 굉장히 길 것 같다는 추측..
친퀘토리 케이블카는 구글에서 Seggiovia Cinque Torri를 검색하거나 '파소 팔라레고, 3 주차장'(Passo Falzarego, 3 Parking)을 검색하면 된다.
주차장에 있는 'Baita Bai de Dones'라는 레스토랑의 건물 안쪽으로 리프트 탑승장이 있는데 마찬가지로 '돌로미티 슈퍼썸머 카드'로 이용이 가능하다. 우리는 슈퍼서머 카드의 4일 중 3일을 선택하는 옵션을 결제했는데, 서부에서 이틀을 사용하고 친퀘토리 일정이 슈퍼서머 카드를 이용하는 마지막 케이블카였다.
케이블카가 하이킹 경로를 따라 올라가기 때문에 걸어 올라가는 분들도 보이고, 올라가면서 보이는 경치도 숨이 막힐듯 장엄하지만 케이블카 도착 지점인 친퀘토리의 정상 부근에 도착하면 서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장관이 펼쳐진다.
케이블카에 내리면 해발 2,255m에 위치한 'Rifugio Scoiattoli' 산장에 도착하는데, 점심때라 그런지 인파라고 할만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레스토랑을 내부를 통과하여 지나갔는데 마치 클럽 내부처럼 심장이 바운스 되는 스피커의 음악 소리에 맞춰 음주&가무의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이 광경이 굉장히 이국적(?)이고 생경했는데, 사실 한국에서 등산 문화라고하면 요즘은 젊은이들도 즐기는 취미지만 건강과 자연을 즐기는 중년의 취미활동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인지 클럽 노래가 나오고 와인잔을 들고 나풀나풀 춤추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문화적인 차이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녀노소 불문, 등반이라 하면 전문 트래킹 복장을 하고 정상석에서 정상 인증사진을 찍는 게 국룰이니까ㅎㅎ
산장을 중심으로 트래킹 코스들이 여러 갈래로 뻗어 있는데, 가장 먼저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이탈리아어로 다섯을 뜻하는 '친퀘(Cinque)'+ 탑을 뜻하는 '토리(Torri)', 말 그대로 다섯개의 봉우리가 우뚝 솟아있는 친퀘토리로 자연스럽게 시선과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신의 조각품이라 불리는 높은 고원의 한가운데 조각상처럼 솟아있는 크고 작은 다섯 개의 바위들. 어떤 세월을 겪었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 경이로운 절경이다.
다섯 개의 봉우리 중 가장 크게 보이는 바위는 'Torre grande'로 불리는데 해발 2,351m로 가장 높고, 수직으로 형성된 기암절벽의 모양새에서 서부에서 느꼈던 잔잔하고 섬세한 분위기와 아주 대조적으로 강한 에너지와 거칠고 와일드한 장엄함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다섯 봉우리인 친퀘토리 주변을 빙 둘러볼 수 있는 순환로가 있어 이 부근만 둘러보아도 굉장히 다이나믹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봉우리 옆의 바위 사이를 걷거나 일부 좁은 비탈길을 제외하고서는 걷기에 편안한 길이고 바위가 만들어주는 그늘도 많아 잠시 돌부리에 앉아 자연을 느끼기에 좋다.
그리고 친퀘토리는 암벽 등산가에게 잘 알려진 곳인데 각 봉우리마다 암벽 등반들 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멀리 서는 보이지 않았는데 가까이 가니 가녀린 줄에 의지해 암벽을 등반하는 사람들이 꽤 곳곳에 있었다🥶 바위가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게 보이는 사람들.. 보기만 해도 아찔해 보였는데 생각보다 단출(?)해 보이는 장비에 '으으..하지마..하지마...'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옴ㅎㅎㅎ
위험을 감수하는 인간의 호기심은 정말 대단하고, 미지를 탐험하는 모험이 건강하고 창조적인 삶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인가 싶기도 하고.. 환경에 적응하고 문명을 번영한 원동력이 저런 호기심과 희열때문에 아니었을까 싶은..ㅎㅎ 여하튼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뜨거운 박수를🙌
우리는 인간의 호기심이 만들어낸 문명 발달의 산물... 휴대폰과 드론으로🤣 우리 손과 발로는 가보지 못할 곳을 담아본다ㅎㅎ 이태리 아저씨들도 한국 아저씨들처럼 가까이 다가와서 관심을 가지고 한마디씩 하시는 걸 보니 또 그렇게 멀지 않은 곳처럼 느껴지기도 했다ㅎㅎ
친퀘토리를 정면으로 두고 좌측의 풍경. 발아래는 깎아지르는 절벽이지만 하늘과 백운 석회암이 만들어내는 절경은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그 아래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들. 여행 중 계속 느꼈던 거지만 유럽 사람들은 일광욕을 정말 좋아한다. 더운 낮에도 식당 내부는 사람들이 거의 없고 자연풍과 자연광을 즐기며 남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여유있는 모습들이 낭만적으로 보였고, 타지 않는 피부를 가진 점도 가장 부럽다ㅎㅎ
계속해서 친퀘토리 주변 걷기-
가장 큰 바위인 'Torre grande' 왼쪽편으로 걸으면 또 다른 모습의 다섯개의 봉우리를 볼 수 있다.
또 친퀘토리는 1차 세계 대전 때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군의 최대 격전지로 현재도 전쟁의 흔적들인 참호를 그대로 남겨두었다. 우리가 보는 돌로미티는 이렇게나 아름다운 절경이겠지만 누군가는 전투의 요새로 생존을 걸고 격전을 벌인곳이라니.. 혹독한 겨울에 위험한 지형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극적인 전쟁터를 상상하니 지금은 평화로운 이곳이 척박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 길 낭떨어지 끝에 있는 나무 벤치.
배고픔도 잊고 이곳저곳 구경을 하다보니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나 있어서 3시간 정도를 머물다가 내려가기 전에 산장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맛있다는 리뷰도 많았는데, 메뉴를 잘못 선택한 탓인지 이태리 여행 2주간 가장 맛없는 음식 1등이였다... 심지어 아페롤도 맛없음🥲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지만 차라리 배고픈게 나을정도로 거의 절반 이상을 남기고 온 듯ㅎㅎ 게다가 메뉴 2개 먹은것 치곤 가격도 이태리 여행 중 가장 비싸게 나옴.. 조금 참고 숙소 근처가서 제대로 된 레스토랑을 갈 껄 그랬다. 사람이 많아서 정신도 없어서 대충 먹고 내렸던 장소에서 다시 케이블카 하행 방면을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곧장 담페초 숙소로 들어가 정비를 하고 늦은 오후에서 저녁까지는 마을 산책했는데, 담페초 마을은 해질녘에 마을을 둘러싼 백운암이 붉게 물드는 노을이 정말 아름다운 마을이다. 자그마한 상점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고 달달한 디저트 가게에 들러 하루를 마무리 했다. 다음 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브라이에스 호수-트레치메-미주리나 호수까지 들렀다오는 일정이라 저녁은 숙소에서 시간을 보냈다.
브라이에스 호수는 교통체증이 극심해서 자동차로 이동한다면 주차 대기줄이 상당하다고 들어서 조식을 먹고 부지런치 아침 8시쯤 출발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그리고 동부는 잘때도 약간 쌀쌀한 기온이 느껴져서 감기 걸릴까봐 경량 패딩도 껴입고 잤다ㅎㅎ
그럼 동부에서의 이튿날은 다음 포스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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